나귀와 아버지와 아들
아버지와 아들이 나귀를 팔기 위하여 장터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한 마을을 지나가는데 마을 아낙네들이 그들을 보며 말하였습니다.
"이왕 팔 나귀인데 타고 갈 것이지 왜들 걸어가세요?"
그 말을 들으니 과연 그럴 듯하여 아버지는 아들을 나귀 등에 태웠습니다.
얼마 후에 이들은 노인들이 모여앉은 한 길모퉁이를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노인 중의 한 사람이 손가락질하면서 말하였습니다.
"저를 수가 있나? 모두들 저 꼴을 보게. 늙은 아비는 걸어가고 젊은 녀석은 건방지게 나귀를 타고..이러니 세상이 어찌 되겠어!"
그 말 역시 그럴 듯하여 이번에는 아들 대신에 아버지가 나귀 등에 올랐습니다.
그렇게 얼마쯤 가다가 소년들이 놀고 있는 넓은 광장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얘들아, 저걸 봐. 어린애는 걸리고 어른이 타고 가는구나. 저런 인정없는 사람이 어디 있니?"
그 말 역시 그럴 듯하여 아버지는 아들을 자기 뒤에 태웠습니다.
나귀는 힘에 겨워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장터가 있는 길어귀에 이르렀습니다.
지나가던 사람이 작은 나귀에 두 사람이 타고 가는 것을 보고 "불쌍한 나귀구나. 차라리 저럴 바에야 둘이서 나귀를 짊어지고 가는게 편할 것 같군." 이라고 말하였습니다.
그 말 역시 그럴 듯해서 부자는 나귀 발을 묶어서 작대기에 꿰어 둘이 울러메었습니다. 그리고 나무다리를 건너는데 구경꾼들이 모여들어 그 골이 우스워 소리를 지르고 손뼉을 치며 야단법석이었습니다.
무슨 큰 일이 일어난 줄 알고 놀란 나귀가 발버둥을 쳤습니다. 그 바람에 줄이 끊어지면서 나귀는 그만 물쏙에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교훈
자기 주장없이 남의 말만 듣고 그대로 따르다가는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고 맙니다.